文化/읽고

부동산 행동경제학

ajy1 2025. 9. 13. 11:04

고등학교 시절 경제학 수업을 들었던 기억은 어렴풋이 남아 있지만, 이상하게도 무엇을 배웠는지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언젠가부터 결혼한 친구들을 만나면 집값 걱정과 부동산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삼는 대화를 자주 듣게 되었다. 그러나 지리도, 경제도, 부동산도 잘 모르는 나는 매번 멍하니 신기한 구경꾼처럼 바라보기만 했던 것 같다.

 

‘그냥 내가 일하고 생활하는 곳 주변에서 마음에 드는 집, 오가기 편한 곳에서 살면 되는 것 아닐까?’ 막연히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SNS에서 「부동산 행동경제학」 서평 이벤트를 발견했다. 멀게만 느껴지던 부동산 이야기를 조금 더 친숙한 행동경제학이라는 틀 속에서 접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고, 또 스스로 책을 읽고 정리할 강제력을 부여하고 싶은 마음에 신청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잊고 지내던 어느 날, 귀가해 보니 택배로 책이 도착해 있었다.

 

덕분에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책을 펼쳐 읽을 수 있었다.

원앤원북스에서 제공받은 서평용 도서

 

솔직히 말하면, 만약 이 책이 서평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끝까지 읽지 않고 중간에 하차했을 것 같다. 평소 내가 즐겨 읽던 종류의 책은 아니었으니까.

 

행동경제학의 용어나 기본 개념은 이전에 간간이 접해왔던 터라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부동산’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내게 그다지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았다. (아, 그래서 내가 아직도 이렇게 가난한 걸까;;;;)

행동경제학이란?

전통적 경제학은 인간을 Homo Economicus로 본다. 즉, 합리적이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존재로 가정해 가격, 소득, 금리 같은 객관적 수치만으로 의사결정을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인간은 늘 합리적이지만은 않는다. 군중심리에 휩쓸려 '묻지마 투자'를 한다든지, 손해를 보기 싫어 더 큰 손실을 떠안는다든지, 집값이 오를 거란 막연한 기대 때문에 무리한 대출(영끌)을 한다든지.... 
이러한 심리적, 인지적 편향을 연구하는 분야가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이다. 
사람들이 손실을 피하려는 경향 때문에 객관적으로 불리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점을 실험으로 입증하는 등 '인간이 왜 이성적 계산에서 벗어난 선택을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다. 

 

책은 기본적으로 일정한 정보를 전달하고, 저자의 생각을 행동경제학이라는 틀 안에서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간중간에는 저자가 수업을 진행하거나 일상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사례로 제시하며 내용을 풀어나간다.

 

 

그래서일까? 읽는 동안 나는 이 책이 오히려 부동산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영업력이나 방어력(?)을 높이기 위한 역량 강화용 도서로 더 적절할 것이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전반적인 연결성이 조금 덜 와닿았다. 관련 실험이나 실증적·계량적 증명이 제한된 상태에서, 저자의 상황 해석적 관점으로 글이 전개되다 보니 뭔가 한 조각이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저자가 다른 사람과 나눈 대화를 제시하는 부분이 오히려 읽는 흐름을 끊는 느낌도 있었다.

 

아! 그리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용어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제공되어 이해를 돕는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소 아쉬웠던 점 중 하나는 편집이 통일되는 듯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약간 산만하다는 느낌이었다. 책을 읽을 때 편집 상태는 눈에 띄지 않으면 넛지처럼 자연스럽게 몰입을 돕지만, 한 번이라도 거슬리는 요소가 발견되면 신경을 건드리는 작은 티눈처럼 불편하게 다가온다. 이 책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나타난 오류나 오탈자가 눈에 띄는 거슬림이라면, 책을 읽는 중간중간 따로 노는 듯한 편집 요소는 은근하게 불편함을 만드는 또 다른 거슬림이었다;;;

 

저자가 실무 경험과 행동경제학을 접목한 점은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내가 직접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서거나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일이 있다면, 한 번쯤 참고할 수 있을 정도다. 다만, 전반적으로 조금 더 꼼꼼한 검수가 이루어졌다면 더 완성도 높은 책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덧.

책을 읽으며, 막연히 알고 있던 개념들을 한 번쯤 점검하고 정확히 인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몸태크’라는 용어가 등장하는데, 나는 이전까지 이를 단순히 ‘몸’과 ‘재테크’를 합친 표현으로, 건강에 투자하는 자기 관리를 재테크에 비유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하거나, 저렴한 인스턴트보다 건강한 식단을 챙기고,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장기적으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컨디션을 유지해 자기 가치를 높이고, 삶의 질을 장기적으로 향상시키는 전략 정도를 생각했던 셈이다.

 

그런데 책에서는 몸태크를, 재테크와 투자를 위해 현재의 안락함과 쾌적함을 희생하는 행위로 제시한다. 즉, 경제적 자립과 조기은퇴를 추구하는 파이어(FIRE)족이 선호하는 전략으로, 지연만족, 제약된 자기통제, 프레이밍 효과, 확증편향, 인지 부조화 등 심리적 행동의 맥락에서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던 긍정적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해석에 다소 당황했지만, 덕분에 막연히 인지하고 있던 개념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