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본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우연히 만나게 된 책『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
가제본 도서를 읽는 것, 언젠가의 경험처럼 부분만 쪼갠 것이 아닌 완연한 책을 서점에 나오지 않았을 때 먼저 받아본다는 게...
셀럽들이 출시 전 물건을 먼저 받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살포시 들어 키득키득 거리며 책을 펼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책 사이에 끼워져 있던 스티커 전단지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처음에는 '뭐지?'라는 생각이 우선이었고, 자세히 살펴보니 책 내용에 연관된 전단이라 뜻밖의 홍보방식이 유쾌한 재미를 주었달까?
단순한 전단지 스티커 홍보 하나가 소설을 읽으려는데 묘하게 진짜처럼 보여 이 책의 내용이 현실 속 어딘가에 있을 법하다는 생각을 은연 중에 더 강하게 만들어 준 장치가 되었다. 단순히 책을 읽는 경험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에 '입장' 하는 기분이랄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손을 뗄 수 없이 재미있게 술술 읽은 소설이었다.

스포되지 않는 선에서 출판사에서 공유한 줄거리는....
해민 모녀가 사는 다세대 주택 2층에 도경이네가 이사를 온다. 심부름으로 2층에 간 해민은 도경이 가족이 다투는 광경을 보고 도경과 서먹하게 지내게 된다. 여기에 도경이 이사 온 이유가 강제전학이라는 소문까지 들려오는데……. 도경이에게 혼란함을 느끼는 해민과 달리, 도경은 해민의 글에 호감을 느껴 문예동아리에 입부 신청까지 하게 되고, 둘 사이에는 좁혀질 듯 말 듯한 심리적 거리가 유지된다.
지역 학생들이 드나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따금 ‘해결 사이트’ 공지가 올라온다. 의뢰자의 고민을 해결한 사람에게 문제 해결을 의뢰할 자격이 주어지고 매번 바뀌는 비밀번호를 알아야 입장이 허락되는, 익명성이 보장된 오픈 채팅방이다. 라이벌이 시험을 못 보게 해달라거나, 자신을 도둑으로 추궁한 주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문구점 유리창을 깨 달라는 등 크고 작은 일들이 이루어진다. 어느 날, 이곳에 문예 대회에서 입상한 주인공 해민의 글이 표절임을 알려달라는 의뢰가 올라오고 누군가 해결해 주겠다며 의뢰를 수락한다.
제4회 창비교육 성장소설상 대상 수상작
독자심사단의 압도적인 지지!
뭐든 해결해 준다는 비밀 채팅방을 둘러싼 예측불허한 사건들
누구나 한번은 경험해본 현실감에 섬뜩한 긴장감으로 압도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청소년소설
🏗️ '의뢰'로 시작되는 구조, 빠르게 빨려드는 이야기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구성이다. 등장인물도, 배경도 낯설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오늘의 의뢰’라는 단어 하나가 이끌어가는 몰입감 있는 흐름이 인상적이었다.
도입부에 갑자기 나타난 의문의 미션과 인물들 간의 티키타카하는 SNS 상의 대화들과 해민이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일상이 오가며 온/오프를 오가는 흐름이 현대적 삶의 시공간의 옅은 경계를 자연스럽게 비춰주고 있는 듯 했다. 특히나 아이들에게는 오프라인에서의 삶 못지 않게 중요한 연결고리가 온라인 공간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더 그럴 듯 하게 보여지는 구성이었달까?
이야기는 청소년들이 중심이지만, 통상적인 청소년 소설처럼 가정 혹은 학교라는 공간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역사회, 가정, 친구들, 그리고 온라인이라는 공간 속에서 얽히고 설킨 사건들이 벌어지며, 다소 나와 동떨어진 먼 가상의 이야기들이 실제 내 삶에 살아있는 장면으로 맞물리기까지 장면을 오가며 독자를 몰아간다.
책을 읽으며, 이런 달콤한 속삭임을 들려주는 비밀 링크가 내게도 배달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과연 내가 이 달콤한 유혹을 떨칠 수 있을까?
그저 지켜보기만 하겠다는 도경이와 같은 마음으로 접할 것 같으면서도,
힘겨운 순간, 왜곡된 형태든 옳은 형태든 그 마음을 툭 던져놓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수록 자신하던 마음이 점점 흐릿해지는 느낌이었다.
두근거리고 흥분되지 않냐? 쉬운 일 하나 해주면 누군가에게 구세주가 될 수 있고, 더불어 내 숙원 사업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거.
세상에 이런 아름다운 공간이 하나는 있어야 된다고 봐.




📱 지금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은 이야기
그래서 조금 더 솔직하자면 내내 술술 읽히면서도 묘하게 불편함이 있었다.'진짜 있을 법하다'는 그 기묘한 리얼리즘이 계속 마음을 흔들었달까?
개인적으로 읽으면서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오른 키워드는 다음과 같았다.
- 가족의 형태는 이제 너무나 다양해졌다. 그 변화 속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그 다양성을 수용할만큼 우리사회는 준비가 되었나?
"자식이 부모 거울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너도 잘해. 어디 가서 욕먹을 일 하지 말고."
...
엄마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주눅 들지 말고 당당하라고. 남의 말에 상처 받지 말라고. 엄마가 다, 미안하다고.
- 교사는, 부모는, 친구는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할까?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존재? 아니면 선을 그어야 하는 어른? 사회가 줄세워놓는 기준에 따라 아이들을 규정짓고 내모는 존재? 내가 이 소설 속 교사라면 그 순간에 해민이의 말을 믿고 그렇게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을까?
- 유튜브와 스마트폰, SNS로 가득한 일상에서, 아이들은 점점 더 솔직해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더 감추게 된 걸까? 자극적 무엇인가에 노출되는 것이 일상이 된 아이들에게 이미 그것을 벗어나 살아가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우리는 시공간의 경계가 모호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충분히 고민하고 있는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시기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며 대비하고 있는 것일까? 내 주변의 아이가 이 비밀의 방을 만든 아이처럼 다소 어긋나 보이는 가치관을 품게 되었을 때 내가 이를 알아차리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물론, 가끔 기대되는 의뢰가 있으면 카메라 들고 예상 장소에 잠복하긴 해. 운이 좋으면 대박 사건이 일어나는 걸찍을 수도 있거든. 이런 깜짝 영상들이 내 채널의 매력이지.
- 경쟁사회 속 아이들이 품고 있는 불안과 좌절, 그들은 정말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소설을 읽으며 가장 마음이 쓰였던 소정이(스포가 될까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지만...)를 보며, 그리고 소정이가 바라보는 해민이에 대한 감정선을 공감하며 어쩌면 우리는 아이들에게 '지금 여기'를 누리는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은 채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나중에'를 강요하는 것은 아닐지?
현재의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갈 충분한 여유가 보장되지 않은 아이들이 우리사회의 또다른 약자가 아닐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소정이의 부모님이 아이를 학대하거나 의도해서 그렇게 내몬 것이 아님을 이해하기에.... 그리고 아이들마다의 특징에 따라 소정이에게 더 강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기에... 더 마음이 쓰였던 캐릭터였다.
소정이는 늘 하루, 한 시간이 아까웠다.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만 낭비하는 아이들을 보면 저 시간을 차라리 나한테 주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예를 들어, 해민이 같은 아이. 소정이는 해민이를 생각하면 고까운 마음이 들었다. 뭔가를 간절히 원하는 태도가 그 아이에게는 없다. 항상 마지못해, 해야 하니까 적당히 할 뿐이다. 독서 토론을 할 때도 적당히 맞장구만 친다. 문집을 편집할 때는 또 어떻고. 다들 제일 좋은 자리에 실리고 싶어 난리인데 '적당한 데 넣어 줘.'가 끝이다. 선생님게 자주 칭찬을 받으니까 자신이 잘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세상은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웃어 줄 만큼 호락호락 한 곳이 아니다. 언젠가 크게 좌절할 그 아이를 생각하면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게 당연한 이치인데 어쩌겠는가.
단지 '이야기의 재미'를 넘어 현실에 뭍혀져 있던 문제들을 일부분 다시 보게 만드는 거울 같은 측면이 있는 책이었다.
🧩 ‘술술 읽히지만, 가볍지는 않다’
이 책은 서술은 빠르고, 대사와 전개가 편안해서 진입 장벽은 낮다. 그래서인지 (얇은 두께도 한 몫 했겠지만...) 한 번에 끝까지 훅! 읽게 되는 책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묘하게 마음에 남는 무게감이 있는 책이기도 했다.
단순히 ‘범인을 잡았다 → 끝!’이 아니라, 비밀을 들여다본 후에도 그 감정을 계속 곱씹게 되는 구조랄까?
한동안 책 속 인물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감정선과 선택들을 되짚게 되었다.
더불어 아이들이 보여주는 해결의 과정과 성장의 모습이 마음 한 편으로 따뜻한 안도감을 주기도 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더 크고 강한 존재이다.
해민이처럼 어른들이 그들을 조금 더 믿고 기다려 줄 마음만 있다면 말이다~
때마다 느끼던 죄책감과 자괴감은 많이 희미해졌다.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지금,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제의 김해민보다 오늘의 김해민이 더 마음에 든다는 거다. 더해서, 내일의 김해민이 다시 쭈글하고 못나게 굴어도 참고 기다려 줄 마음이 있다는 거고. 그거면 됐다.
읽는 내내 ‘흥미롭다’는 생각을 했지만, 다 읽고 나서는 ‘생각할 거리’가 더 많이 남아 기회가 된다면 친구들과 함께 책 속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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