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서울교대 권정민 교수님의 SNS를 팔로우하며 접했던 생각들을, 이번 리뷰 이벤트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책’이라는 한 권의 정리된 형태로 만나게 되었다. 시원시원하게, 그러나 막상 따라 하려면 꽤 어렵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시는 교수님의 화법을 늘 좋아했는데(비록 교수님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책에서도 그 특유의 직관적이고 명확한 전달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굵고 짧게 핵심을 찌르는 문장들이 많아 여기저기 밑줄을 치며 읽게 되었다.
책의 시작과 공감의 확산
이 책은 권정민 교수님이 2025년 1월,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건 이후 SNS에 올린 짧은 글에서 시작되었다. 그 글은 순식간에 공유되며 많은 부모들의 공감과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부담 없이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책’의 형태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얼마 전 교수님이 매쇼에 출연해, 해당 글을 올린 직후 입시에 몰두하느라 뒤늦게 이슈가 된 사실을 알게 되셨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공감했는지, 그리고 그 문제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수많은 부모와 성인들이 느끼는 공통된 고민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실 많은 이들이 아이와의 문제를 ‘나만’, ‘우리 집만’ 겪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겉으로는 달라 보여도 결국 비슷하고, 내 고민이 다른 이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미드를 보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하며, 각자가 시도해본 방법들을 공유하면서 치유와 변화를 만들어 가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우리 사회에도 그런 모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살짝 해보았다.

아이들이 마주한, 우리가 살아가야 살 새로운 환경
요즘 아이들이 접하는 환경은 우리가 살아온 세계와 다르고, 앞으로는 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특히 한국의 많은 청소년들은 입시 스트레스와 제한된 오프라인 공간 속에서, 성인들이 미처 체감하지 못할 만큼 넓고 빠른 온라인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자연주의 ‘순한 맛’에 익숙한 사람이 점차 자극적이고 매운 맛에 길들여지듯, 아이들 역시 알고리즘을 타고 흘러드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콘텐츠에 노출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오락이나 장난으로 소비되던 것들이 반복되며 차별과 혐오를 ‘유머’로 포장하고, 그것을 쿨하고 성숙한 태도로 오인하게 만든다.
청소년기는 본능적으로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시기다. 규제와 의무 속에서 살아가며 호르몬의 파도를 견뎌야 하는 아이들에게, 단순한 금지와 통제는 오히려 도전의식을 자극하고 역효과를 낳는다. 아이들을 무균실 속에서 기를 수 없고, 부모가 모든 것을 막아낼 수도 없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이러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 버텨내고 선택할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권정민 교수님은 그 힘을 키우는 방법으로 ‘대화’를 강조한다. 대화는 단순한 통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을 해석하고, 스스로를 단단히 세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이고도 강력한 방법임을 책은 일깨운다.
혐오와 극단주의를 몰아낼 건강한 대화법 7계명
1. 일단 들어보자. 끼어들면 방어가 올라가고, 메시지는 막힌다. '먼저 듣기'가 대화의 관문!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하는 열린 마음으로 상대가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들어보자!
2. 이해와 공감을 말로 표현하자. '공감 ≠ 동의' 이해 신호가 나와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 네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말해주자. 이해받고 있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심리적 방어막을 낮추게 된다.
3. 우리 주변의 이야기로 연결해보자. 추상적 논쟁은 쉽게 극단화된다. 가깝고도 구체적 사람, 사건으로 연결되면, 가상의 이야기가 아닌 내 주변의 이야기가, 이론이 아닌 현실이 된다. 물론, 누군가를 들먹이며 가르치거나 낙인찍는 것은 금물!
4. 새로운 정보는 서서히 소개하자. 먼저 공감해주고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한 다음 천천히 사실관계를 전달하면 수용도와 이해도가 높아진다. 한 번에 '팩폭'하면 반발만 커질 수 있으니 점진적 정보 공유를 통해 교집합의 범위를 넓혀가기!
5. '나도 모른다'고 말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모르는 이야기가 나와 당황해 애써 답을 꾸며내기보다, :나도 잘 몰라. 같이 찾아볼까?"라는 태도는 신뢰를 만든다. 틀릴 권리를 인정해야 배움이 열리는 것은 아이도,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인정하자! 어떤 부분은... 아이들이 우리보다 유능하다!
6. 상대의 관심사를 포착하자. 관심 가는 주제는 그만큼 감정이입과 공감의 여지가 넓다. 아이의 관심사를 놓치지 말고 대화의 기회로 삼아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적 대화, 관찰이 아닌 함게 교류하는 시간이 확보되어야겠지~ 아이들은 '관리대상 동거인'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다!
7. 생각을 되돌아볼 시간을 주자. 생각을 바꾸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의견을 강요하지 말고, 상대가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려주자. 생각의 디딤간이 있어야 깊이 숙성된다!
아이와 대화하기 전에 먼저 정리해야 할 것
아이와 대화하기 위해서는(비단 아이와의 대화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서도)무엇보다 내 생각을 먼저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세상살이에 확고한 정답은 없고, 상황에 따라 판단하며 살아가야 하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이다.
권정민 교수님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혐오와 차별처럼 반드시 명확히 잘못된 것이라 알려주어야 할 최소한의 것들은 분명하게 전달하되, 아이가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영역은 기회를 제공하고,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이때 부모는 먼저 ‘진리와 거짓’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곱씹어보면, 나 스스로 모호한 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채 누군가에게 전달한다는 것은 이미 모순이다. 게다가 내 생각이 불명확한 상태에서 주장하다 보면, 어느새 강요와 강압으로 흘러가기 쉽다. 지금의 부모 세대(나 자신부터도) 이런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어렵게 느껴지지만, 내가 해보지 않은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결국 내 욕구를 아이에게 대신 실현하라는 옛날식 대리만족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사실 인간은 내가 명확히 개념화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방어적으로 강요하거나 억지를 쓰기 쉽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내 생각이 불분명할수록 타인의 다른 의견이 나를 위협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상대를 억지로 설득하거나 내 쪽으로 끌어오려는 태도로 나타난다. 반대로 자기개념이 명확하면, 오히려 차이를 인정하며 세부적인 논의나 토론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결국 부모가 아이와 대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의 가치관과 신념을 정리해 두는 일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일상의 대화로 쌓는 신뢰
아이와의 대화는 ‘특별한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고 자주 이어지는 대화가 더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와의 대화가 어렵다고 말한다. 권정민 교수님의 책에는 대화와 토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예시 상황과 가이드가 담겨 있지만, 결국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만큼, 아이의 삶과 생각을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호기심을 바탕에 두는 것이 필요하다. 즉, ‘걱정’보다는 ‘궁금함’, ‘염려’보다는 ‘존중’을 가지고 다가갈 때 비로소 아이는 부모와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받는다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 관계 위에서 오가는 대화는 단순한 훈육이나 지시가 아니라, 서로의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것이다.
아이의 세계에 들어가보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둘러보고 이해하고 궁금해하고 고민하는 여정을 함께하면 그 다음에는 나의 세계에 아이를 초대할 수 있게 됩니다. … 틈날 때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 나름의 이유가 있음을 받아주고, 마침내 세상을 보는 눈을 길러주는 것은 부모의 도리이자 자녀를 향한 사랑입니다.
이 책은 ‘혐오를 없애겠다’는 거창한 선언보다, 하루 5분의 대화를 바꾸자는 현실적인 제안을 담고 있다.
단순히 토론 기술이나 훈육의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라, 관계 회복과 신뢰 회복을 위한 일상의 꾸준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막막한 부모들에게는 다양한 사례와 현실적인 예시를 통해, 아이들의 삶을 통제하고 대신 살아주려는 태도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이 책은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안내서이자, 어쩌면 성인인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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