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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과 성장, 그리고 부모와 자녀의 유착 관계 영화 '블랙 스완'

ajy1 2025. 1. 17. 14:47

블랙 스완은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느꼈었다. 처음에는 영화가 무서울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망설였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주는 긴장감과 감동에 완전히 빠졌었던 영화!

포스터만 보고... 포스에 눌린 것인지 어쩐지 스릴러 같고 너무 무서울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에 망설이다, 보고온 이로부터 무섭지 않고 재미있고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전했던 영화! (보고나서는 '젠장, 무섭잖아!!'라고 외치긴 했지만... 여러번 심장이 덜컥! 하면서도, 숨막혀 하면서도 몰입감이 대단해 끝나고 나니 감탄이 나왔던 영화~

이 영화는 단순히 강박과 다중인격을 그린 이야기가 아니라, 부모와 자녀의 복잡한 관계와 성장 과정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1. 니나의 강박적 행동과 내면의 갈등

영화에서 니나(나탈리 포트만)는 완벽한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극단적인 강박을 겪는다. 그녀의 강박적 행동은 어머니와의 과도한 의존 관계에서 비롯되며, 그녀의 이중성 장애와도 연결된다. 대부분의 리뷰나 소개에서는 니나의 강박증적 성향에 집중하지만, 개인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유착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2. 부모와 자녀의 유착관계

영화 속에서 니나는 어머니와 완벽히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 어머니는 니나를 자신의 세계 안에 가두고, 니나는 그 속에서 성장한다. 이는 부모의 과도한 통제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즉 자아를 형성하는 데 있어 부모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니나에게는 자신만의 세계가 없고, 그녀의 삶은 어머니의 세계를 대변하는 것이라는 거지~.

 

인간은 어린 시기에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기에 가까이에 있는 성인,

즉 부모 그중에서도 어머니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며 점차 성장할수록 이러한 의존도를 줄여나간다.

부모와 함께 공생하는 삶을 살아가다 점차적으로 스스로의 삶,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니나에게는 자신만의 세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극 중 니나의 세계는 그녀의 세계가 아닌 그녀의 어머니의 세계이며,

니나는 그 속에서 어머니를 대신하여 삶을 살아가는 일종의 마리오네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어머니와 같이 춤을 추는 삶을 살아가며, 먹고, 자고, 생활하는 모든 것을 어머니와 함께 한다.

심지어 어머니와 떨어진 사회 속에서도 그녀는 어머니와 강한 유착을 보이고 있다.

이건 잠시 여담인데…

요즘 젊은 층의 일부에서는 대학에 입학할 때도, 심지어 사회에 나와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어머니와 강한 유착을 갖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수강신청 계획을 어머니가 대신하고, 직장 생활에서의 어려움을 어머니가 상사에게 전화하는….

그네들의 삶이 니나의 모습과 겹쳐진 것은.. 니나가 좌절하는 모습에 바로 항의 전화를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장면 중에 비춰졌기 때문이겠지?!

어쨌든… 그들 또한 니나와 같이 자신의 세계를 갖지 못한 것일까?

도대체 언제쯤 그들은 성인이 되려는 것일까?

 

극 중에서 니나는 집 외의 공간에서 언제나 종종 혼자 있는 장면을 보인다.

사회적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홀로 겉도는 그녀의 모습을 나타내 주는 장면들이 아닐까 싶다.

극 중의 니나의 의상이나 화장 등의 장치를 되달아 생각하니 문득 신생아 의상이 생각나 버렸다. 지난 한해 우연히 주변에 신생아가 늘어났었는데, 혹시 신생아의 옷은 대다수 연한 계통의 분홍, 하늘, 흰색 계통의 옷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니나의 옷과 화장을 곰곰히 생각해 보라. 그녀의 의상과 신생아의 의상이 오버랩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단장의 표현처럼,

니나는 말 그대로 백조에 딱 어울리는…. 완벽하게 춤추는 순수한 한마리의 백조마냥,

완벽하게 순수한 어린 아이 그 자체이다.

 

극 초반에 잠시 보였던 니나의 꿈.

그 꿈 속의 그녀의 모습은 마치 예쁘게 치장된 하나의 인형처럼 보이는데,

이러한 모습은 그녀의 꿈만이 아닌 실질적인 그녀의 삶을 대변하는 모습이 아닐까.

눈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저 오롯이 그 자리에 있기만 하는 하나의 인형 말이다.

본인의 의지와 생각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인형....

 

아이들은 어른을 동경하기 마련이다.

성인을 동경하고 그들을 흉내냄으로써 자라나고, 그들과 같은 힘을 지닌 독립된 개체이기를 원한다.

니나에게 있어 베스는 동경하는 어른의 모습이 아닐까.

극 중에서 보면 니나의 방, 니나의 외모 등등 여러 면에서 그녀의 유아기적 모습을 보여주는데,

어머니에 의해 구축된 세계에서 그녀는 어머니의 힘을 넘을 수 없는 아직 어린 아기여야만 한다.

항상 그녀를 부르는 ‘내 착한 아가…’

동등한 성인이 된다면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를 컨트롤 할 수 없기에 니나를 자랄 수 있도록 방치할 수 없는 것이다.

성인과 동일시 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놀이 중 하나는 어머니의 화장품과 장신구를 걸치고 그들인양 흉내내는 것이다. 

니나는 베스의 화장품과 장신구로 그녀를 치장함으로써 성인이 되고 싶은 그녀의 욕구를 표출해 낸다.

니나의 어머니가 그녀의 진주 귀걸이를 주목한 그 시점, 그녀는 자신의 아이가 자신의 품을 벗어나려는 의도를 품은 것을 느꼈을까?

 

 

3. 성숙과 독립의 갈망

니나는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어머니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렵고 혼란스러워한다. 그녀는 다른 경쟁자, 릴리(밀라 쿠니스)와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려고 한다. 릴라는 그녀와 다르게 자신만의 세계를 확립한 성인으로 그려집니다. 니나는 그 과정에서 격렬한 내적 충돌을 겪으며 결국 스스로의 길을 찾으려 한다.

릴라는 말 그대로 자유롭고 어찌보면 더럽고 야비한 성인의 모습을 대비한다. 니나의 모습과 대비되어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한 오롯한 성인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치열하면서도 자라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또래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고, 발전한다.

니나에게 있어 그녀는 하나의 경쟁자이면서, 위협적이고 또한 동경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그녀와의 위험한 밤놀이를 즐기고, 격렬한 일상을 꿈꾼 니나의 모습, 어머니가 더이상 자신만의 세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막고, 인형을 던져내는 그녀의 모습은, 아직 어린 아이가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어찌보면 치열한 정도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성인에게 의존함으로써 유착관계를 형성하다, 일명 질풍노도라 칭해지는 사춘기를 벗어나며 성인으로부터의 유착을 멀리한다. 이러한 과정을 니나는 뒤늦게 찾아가는 것이기에 그 과정은 더욱 격렬하고 과격하게 나타났을리라. 

결국...  부모와의 지나친 유착관계는 아이를 망친다는 거지~

자녀가 자연스럽게 안정된 부모와의 관계를 벗어나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야말로 부모의 주요한 역할이 아닐까?

 

인간은 한가지 면만을 가질 수 없는, 여러가지 상황에 따른 다른 가면, 페르소나를 가진 존재이다.

그 중 어떠한 상황에 어떠한 가면을 쓰는지를 유연하게 결정하고 이를 자연스럽게 바꿔쓰는 것이 성인이라 할 수 있다면,

나는... 슬프게도 아직 성인이 아니다.

니나가 거울 속 여러명의 자신과 마주치는 이 장면은 그녀의 그런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니나의 다중성을 보여주는 장면임과 동시에 그녀 안의 수많은 니나.

 

 

이 많은 가면들을 하나로 수합하고 이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정상적인 성인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일텐데,

니나에게 있어서는 그런 삶이 용납되지 못하였다. 어머니라는 틀에 갇혀 있어야 했기에 그녀의 가면들은 분화되지 못하였고, 분화되지 못한 가면들은 마찬가지로 융합되지 못하였다. 착한 아이 컴플렉스라도 걸린양 싫은 것도 싫다 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기분을 맞춰 주어야 했던 것처럼... 어머니가 예측하고 통제하지 못하는 가면을 쓰는 것은 그녀에게 용납되지 못하였으리라.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것.부모에게 이것은 때론 또 하나의 다른 사람처럼 변신하는 것, 혹은 무언가에 씌인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양 극단이 연결되는 것처럼... 순수한 백지였던 그녀가 순수한 흑지가 되는것. 마치 백조가 흑조가 되는 것은 극단과 극단은 결국 통한다는 것이 아닐까? 

니나가 사랑한다 여겼던, 동경이던지 사랑이던지 확실치 않지만 하나의 계기가 되었던 그 단장의 모습은 사실은 어머니의 모습과 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나의 착한 아가'가 그저 '나의 작은 아가씨'가 되는 것으로 말이다.

 

 

어찌되었던 순수한 흑조가 되어 '완벽'을 이룬 니나.

결국 끝끝내 그녀는 어머니가 씌워 놓았던 '완벽'이라는 넝쿠리에 있어, 스스로가 인정하는 '완벽'을 이루어냄으로써 격렬하게 분리를 이루어내었다.

 

 

블랙 스완은 강박과 다중인격적 특성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녀의 복잡한 관계, 성장의 어려움을 묘사하며,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심리적 스릴러를 넘어서, 인간 존재와 그들의 갈등에 대해 깊이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 영화! 오래 전 영화이지만 지금 다시 봐도 멋진 영화인지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