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보고

한국형 구마(驅魔) 영화의 스핀오프 '검은 수녀들'

ajy1 2025. 2. 4. 18:18

지난 주말,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송혜교(유니아 수녀)와 전여빈(미카엘라 수녀)의 검은 수녀들을 보고 왔다.

모르고 본 것인데... 2015년에 개봉한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 후속 작품(?)이더군. 

(스포?) 영화 후반에 강동원이 카메오로 등장하여 뭔가 했다는... 그저 친분 혹은 비쥬얼(?) 떄문에 출연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ㅎㅎㅎ

무서운(?) 영화는 깜짝 깜짝 놀라면 잘 못 보는 편인데, 어느새 성장(?)한 것인지... 비교적 평이하게 볼 수 있었다. 일부 장면에서는 여전히 소름 돋아하며 놀라긴 했지만... ;;;; 흔히 해외 영화에서 많이 보이던 구마(엑소시즘) 장르를 한국적 색채로 풀어낸 점이라던지, 영화 중간 중간에 놓여진 생각거리들이 인상적이었다. 

 


 스토리 

이 영화는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희준(문우진 역)')을 구하기 위해 비공식 구마 의식을 수행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는 한국형 오컬트 장르를 개척한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 2015년)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한국에 12형상이 다시 나타났다면, 그와 맞서던 사제들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송혜교 배우(유니아 수녀)는 강력한 멘탈과 담배를 피우며 욕설을 서슴지 않는 거친 모습으로 등장해 카리스마를 뽐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첫 번째 비공식 구마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은근히 보이는 미카엘라 수녀(전여빈 역)의 앳된 모습이 더해져 '워맨스'의 매력을 완성한다.
악령에 씌인 한 소년을 구하기 위해 두 소녀가 비공식 의식을 감행하기 까지의 과정, 의식의 진행과 그 뒷 이야기까지를 풀어낸 이야기! 
종교적 신념과 인간적인 갈등, 오컬트적 묘사들이 맞물리면서 긴장감과 생각할 것을 고르게 제공하는 영화!

 

근데... 송혜교가 워낙 동안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연령 차가 도드라지지 않아 미카엘라 수녀나 희준을 '얘' 취급하는 것에서 살짝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시각과 대사의 차이에 의한 인지부조화랄까? 
추가로 미카엘라 수녀의 이야기는 밑밥처럼 깔리지만 너무 간략하게 지나가고, 바오로 신부(이진욱 역) 역시 배경이 있는 듯한 인물로 보이지만 가볍게 다뤄지는 등 영화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제한된 시간 내에 진행되는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전반적인 전개를 고려했을 때 이러한 부분은 조금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 성차별적 갈등 요인, 여성 연대의 강조 

성차별적 갈등의 주요한 요소


영화에서 전작과 가장 큰 차별점은 주인공이 '신부(男)'가 아닌 '수녀(女)'라는 점이다. 비록 전작은 안봤지만, 척봐도...

영화 속에서 수녀들은 가톨릭의 전통과 규율에 얽매여, 여성이라는 특성 때문으로 권력 구조에서 약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특히, 주인공인 유니아 수녀송혜교는 강력한 의식을 행하고자 하지만, 남성 상위의 교회 내 권위적인 성직자들로부터 제한을 받는다. 그녀가 처한 상황은 "여성은 신성한 의식을 다룰 수 없다", "자격이 없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성별에 따라 역할을 뚜렷하게 구분해 놓은 가톨릭의 종교 특성이 이런 면을 더욱 두드러지게 해주었기에 이런 성별에 의한 차별이 더욱 뚜렷하게 보이는 좋은 장치가 된 것도 같다. 

또한, 영화는 수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에서도 성차별적인 요소를 보여준다. 수녀들이 구마 의식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전문성과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불필요한 억제와 경계가 그들을 압박한다. 이처럼 성별에 따른 역할 분담이나 권위적 시선은 영화 속에서 주요한 갈등 요인으로 등장하며, 여성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싸워야 할 적으로 그려진다.

영화를 보고 난 후 후기를 살펴보니, 일부 별점 테러나 부정적인 평가가 주로 주인공의 성별이 여성으로 바뀐 것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영화 속 배경 장치가 스크린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아 다소 입이 써지는 것 같다. 

연대의 강조

하지만 검은 수녀들은 그저 성차별적인 갈등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여성 캐릭터들이 서로 연대하고, 그 연대가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점이다. 유니아 수녀와 미카엘라 수녀(전여빈)는 각자의 방식으로 악령에 맞서 싸우고,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두 여성이 협력하면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특히, 미카엘라 수녀는 신비로운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어릴적 트라우마(?)로 인해 스스로를 억누르고 부정하며 수동적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그녀의 능력과 결단력, 그리고 연대의 의지가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하면서, 영화는 여성들이 힘을 합쳐 위협적인 악령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이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모습은 단순히 구마 의식의 성공을 넘어서, 각자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힘을 모을 때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았다. (배우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말더듬는 신아들 역할로 나온 캐릭터도 포함해서 말이다~)

 2. 종교적 혼합주의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가톨릭 성직자들이 무속 무당과 힘을 합치고, 교리상 이단으로 여겨지는 타로 카드를 해석하기도 하는 등 종교적 혼합주의이다. 

※ 종교적 혼합주의란, 서로 다른 종교적 신념과 의식들이 융합되어 새로운 형태를 이루거나, 기존의 종교적 전통 속에 다양한 종교적 요소들이 공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유니아 수녀의 대사처럼 외국에서도 '수호천사'니 하며 조상(?)에 대한 측면을 일부 인정하고 있음에도 한국의 무속 무당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측면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을 일부 긁어주는 것 같았다. '검은 수녀들'은 단순히 한 종교의 신념에만 집중하지 않고, 여러 종교적 요소들이 얽히고, 갈등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이는 영화의 메시지와 분위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녀들은 단순히 전통적 가톨릭의 방식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의식이나 신념을 융합하려는 시도를 보인다. (물론 짧막하게나마 미카엘라를 통해 그 과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거부감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종교적 혼합이 단지 갈등 요소가 아닌, 해결을 위한 중요한 열쇠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3. 과학과 신비주의의 대립 

다소 적은 비중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과학과 신비주의라는 두 세계의 충돌에 대한 부분도 언급하고 있다. 과학적 설명으로 풀 수 없는 신비로운 현상들을 과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치료하고자 하는 바오로 신부가 그 대표적 캐릭터이다. 


다소 아쉬운 측면도 있지만, 여러모로 영상미, 배우들의 열연, 생각할 거리 등등 전반적으로 괜찮게 평가하게 된 영화이다. 

소소한 스토리 진행 상의 잡음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보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ps.

영화의 악령이 지껄인(?) 대사 중 '땅에서도, 뭍에서도, 하늘에서도 아이들이 죽어나갈 것이다.'라는 대사를 듣고 왔는데... 그날 저녁에 항공 사고로 인한 아이의 사고 뉴스를 접했다. 여기저기 사건사고가 많은 시대이긴 하지만.. 부쩍 이런 대형 인명 참사가 늘어난 것 같아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것 자체가 저주인가(?) 라는 생각이 살짝 들며 소름이 쫙~ 

그래도!!! 수녀들이, 종교가, 과학과 신비주의가 서로 결합한 것처럼... 연대의 힘으로 이 또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어보기로!!!